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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시-비(정지용시인)

by glesam 2023. 3. 28.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정지용시인의 [비]라는 시이다. 199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정지용시인의 [향수]라는 시를 배운 적이 있다. 이 시는 너무 유명해서 노래로 만들어져 꽤나 흥얼거렸던 생각이 난다. 자녀와 같이 시를 읽는 즐거움으로 감회가 새롭다.

 

정지용시인-비

 

정지용시인의 비를 감상해 보자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이 작품은 비가 내리는 풍경을  시각의 흐름에 따라 전개하고 있다. 비가 오기 직전의 모습부터 빗방울이 물줄기를 이루고 멎은 듯하다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빗방울이 모여 여울을 이루어 여러 갈래로 흐르는 모습을 손가락으로 묘사한 부분도 재미있고 빗방울이 붉은 잎을 밟고 간다는 표현도 재미있다. 

 

 

정지용의 다른 시 향수를 감상해보자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는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시인 소개

정지용시인은 1902년 음력 5월 15일 충북 옥천군 옥천면 하계리에서 태어나 옥천 보통 공립학교와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도시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이 시는 정지용시인이 일본에서 공부를 할 때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지은 시이다. 고향의 그리움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이용해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더 나아가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언어로 한국 현대시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120편의 시를 남긴 한국 대표 서정 시인이다. 만약 충북 옥천에 여행을 가게 되면 정지용생가와 정지용문학관을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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