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20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20기 영수가 빌런으로 등극할지 몰랐습니다. 차분한 인상과 의사라는 스펙으로 0표 남이 될 줄 몰랐던 영수는 솔로나라 내내 학벌을 칭찬하고 술을 마시면 눈물을 흘리고 주제넘은 것 같은 조언남으로 활약을 했습니다. 마지막 회에서는 20기 영식의 우유부단함을 꾸짖는 충고를 하다가 20기 영호에게 정숙에 대한 뒷담화를 했네요. 여기에서 20기 광수의 뼈 때리는 말이 시청자들에게 시원함을 안겼습니다.
20기 영수 촬영 소감
안녕하세요. 20기 영수입니다.
경황이 없어 마무리 인사를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 안 좋은 분위기 속에서 굳이 글을 올릴 필요가 있나 인스타를 잠시 닫는 건 어떠냐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고민했지만 숨고 피하는 건 성미에 안 맞기도 하고 저를 좋게 봐주셨던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듭니다.
방송이라는 시선의 홍수 속에 몸을 던지기 전 한가지 결심을 했어요. 20기가 끝날 때까지 어떤 피드백에도 반응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내 보기로 그게 시청자 분들이 더 방송에 몰입하고 제 인내심도 기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몇몇 장면들이 문제가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고 편집을 부탁드릴까 고민도 했지만 천성이 게을러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에 던져 놓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사람인지라 이참에 안 좋은 버릇들을 고쳐보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미움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나 가슴이 아픈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누군가의 아들, 친구, 동료, 선배, 제자로서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지 못해 마음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번 방송 출연을 '실패'로 정의하진 않습니다.
그건 저도 여러분도 아직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이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그 덕에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게 곧 '성공'이라 믿습니다. 이 고통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실패로 귀결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앞으로 3일 동안은 모든 의견을 있는 그대로 두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0.001%의 비중도 차지하지 않는 저 때문에 소중한 손을 더럽히게 해서 죄송하고 안타깝지만... 그 정도로 제가 여러분을 언짢게 했기에 그러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곳은 저와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공간이니, 3일 후엔 보기 불편한 댓글들을 정리할 예정이에요. 다른 곳에서는 얼마든지 저를 계속 혼내고 다그치셔도 괜찮습니다.
세세한 장면들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보다는 제 삶과 그를 담은 글들로 증명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 주셔서 감사했어요. 21기는 저보다 훨씬 멋진 분들이 나오실 듯하니 조금 더 편하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20기 영수였습니다.
20기 마지막 방송에서의 영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여자들의 선택이 있었습니다. 영숙은 영철을, 영자와 옥순은 상철을, 순자는 광수를, 정숙은 영호를, 현숙은 영식을 선택했네요. 데이트 이후 많이 친해진 출연진들과 0표 남 영수,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리를 피했습니다.
착한 영식은 형을 챙기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조언을 시작합니다. 이야기인 즉슨 너무 상대방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주관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지만 영수의 말에는 뼈가 들어 있었네요. 형으로서의 걱정보다는 영식에 대한 무시가 조금 담겨 있는 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뒤이어 광수가 형을 찾아 왔을 때 울고 있었는데 그 우는 이유가 영식이 때문이다라는 다소 이상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현숙에게 영식은 지적 자극을 줄 수 없고 본인과 광수가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영식이가 현숙에게 차여서 상처받을까 봐 불쌍해서 운다는 괘변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에 광수는 영수가 본인 기준으로 선을 넘었다고 말하며 영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영수는 이것에 그치지 않고 영호가 방에 들어오자 정숙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영수의 기본 생각은 정숙이가 자존감이 낮고 가벼워 보이는데 결혼을 할 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속마음으로 물어본 것입니다.
영호가 답하길 본인은 진지하며 상상도 못할 연애를 많이 했다며 데이터 분석이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즉 정숙은 심한 편이 아니라 오히려 솔직해서 귀엽다고 표현을 했네요. 아무튼 영호와 정숙은 시청자가 보기에 다소 가벼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둘 사이에는 진지하고 최종 커플이자 현실 커플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영수는 화려하게 치장하는 여자들이 대체로 자존감이 낮다며 주제 넘은 것 같은 조언을 날리자 광수는 연애를 영호보다 많이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조언을 한다며 뼈 때리는 발언을 했네요. 그러면서 키스를 하는 것은 본인 마음이라며 조언을 할 필요 없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광수의 놀라운 점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리 기분나쁘지 않게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매력이 있는 출연자라 솔로나라 밖에서 영자와 커플이 된 것 같네요.
이런 발언들이 문제가 되어 네티즌들이 영수의 특권의식과 서열화를 꼬집으며 악플 아닌 악플을 많이 남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의견까지는 존중하지만 영수의 작은 키를 문제 삼으며 인신 공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듯싶네요. 본인이 방송을 보고 이불 킥하는 부끄러움이 있을 텐데 너무 몰아가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20기 영수의 최종 선택 발언 전문
20기 영수는 커플이 성사되지 못함에도 경험으로서 현숙을 최종선택했습니다. 그 때 멋있게 말한 것 같은데 편집된 내용이 많았네요. 그래서 영수가 최종 선택 발언 전문을 인스타그램 피드에 게시했습니다.
자기소개 때 출연 이유들 중 하나를 '경험'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보통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경험이라고 하지만, 진짜 경험은 그런 소비의 역사라기보다는 극복의 역사죠. 이곳에 와서 이런저런 주제넘은 짓들을 하고 추한 모습을 보여드리기도 했지만, 제 나름대로 극복의 역사를 써보려는 노력은 해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20기 영수와 실제 제 모습 사이에 조금씩 간극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력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제 방식이 아니게 된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한 번 대쉬해보고 안 되면 포기해 왔던 저에게 두세 번의 시도는 적극적으로 발전한 제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게 열 번 스무 번이 되면, 단지 횟수만 늘었을 뿐인데 아예 타인의 방식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추가적인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프러포즈는 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최종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과거의 저였다면 제 선택 후에 선택을 못 받는 게 민망하고 대중의 시선이 두려워 포기했겠지만 지금의 저는 그 때와는 조금 다른 사람입니다.
이것이 극복의 역사로 일군 제 방식의 성장입니다. 그 분께 직접 제 이름을 알려드리는데 의의를 두고 저는 최종 선택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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